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수 세기(Counting)와 숫자(Number)를 가르쳐 주기 위한 Concept Book 이다.
우선 책의 첫 장을 펼치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언덕과 들판이 우리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바로 0(Zero)인 것이다. 한 장을 넘겨보면 눈 쌓인 언덕위로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하늘 위엔 해님 하나, 구름 한 점, 그리고 언덕 아래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는 집 한 채가 나타난다. 눈사람과 강아지, 또 다른 종류의 나무, 그리고 옆으로 흐르는 강에 새로이 세워진 다리 등, 모두 하나씩 이다. 1(One)의 개념인 것이다.
2에서는 눈들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여 갈색 잔디가 군데 군데 드러나고 두 대의 트럭사이로 두 사람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옆에 교회도 생기고 언덕 위 나무 두 그루 사이로 토끼 두 마리가 뛰어가는데 그 뒤를 어린 악동 두 명이 쫓고 있다.
3으로 넘어가면 계절을 바야흐로 봄이다. 연한 풀잎들이 돋아나고 형형 색색 꽃들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며 생기를 찾은 강에는 배들이 띄어져 있다. 이웃도 생겼다.
이렇듯 Anno’s Counting Book에는 글씨가 없고 그림으로써 아이들에게 숫자를 이야기 한다. 숫자뿐만 아니라 0-12까지의 숫자와 관련된 그림들은 바로 계절을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0과 함께 시작된 겨울은 봄 여름 가을을 거쳐 12에서는 다시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로 돌아간다. 풍경은 같은 겨울이라도 물론 판이하게 다르다. 아무 것도 없던 0의 겨울과는 달리 12월의 겨울은 풍성하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집, 나무, 하늘을 달리는 루돌프 사슴 등 모두 열 두개기 때문이다. 교회 시계탑의 시계마저 각 숫자와 통일된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언뜻 보면 언덕 위 눈 덮힌 전나무가 열한그루만 있다. 자세히 찾아보면 나머지 한 그루는 교회 앞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아이들과 숨은 그림 찾기 놀이로도 아주 즐겁다.
두 페이지에 걸쳐 고운 파스텔 톤의 수채화로 그려진 풍경의 테두리 밖 오른쪽에는 그림 속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숫자가 보여지고 왼쪽에는 블록이 그 수만큼 차례로 쌓이면서 같은 수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을 한다. 물론 숫자는 계절과 관계된 각 월(Month)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
Anno’s Counting Book의 또 다른 매력은 글씨 없는 Picture Book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이다. 양 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원생활의 풍경은 아이들에게 시골의 일상 생활들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꾸미며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Mitsumasa Anno 는 1926년 일본에서 태어났는데 Dr. Anno’s magical midnight circus, Anno’s Journey, Anno’s Math game, Anno’s magic pocket 등 최근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Anno’s Counting Book으로 1984년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였다.